한때 국내 최대 전자제품 유통 중심지로 명성을 누렸던 용산전자상가가 AI·ICT 기반 신산업 거점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한다.
서울시는 용산전자상가 일대 11개 특별계획구역 가운데 나진상가 12·13동에 해당하는 특별계획구역 5구역이 이달 중 착공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2023년 용산전자상가 개발전략 발표 이후 처음으로 실제 공사 단계에 진입하는 사업이다.
현재 11개 구역 중 8개 구역에서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개 구역은 건축허가까지 완료했다.
사업부지 조감도 (조감도는 예시안으로 향후 구체적 설계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음) <서울시 제공>
노후 전자상가에서 ‘AI·ICT 복합산업도시’로
용산전자상가는 1990년대 PC 보급 확대와 함께 국내 전자제품 유통의 중심지로 성장했지만, 2000년대 이후 온라인 쇼핑 확대와 산업구조 변화, 시설 노후화가 겹치면서 상권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한때 평균 공실률이 60%를 웃돌 정도로 쇠퇴가 진행되면서 기존 전자제품 유통 중심의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돼 왔다.
서울시는 2023년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전자상가 일대 연계전략’을 발표하고, 용산전자상가를 AI·ICT 기반의 신산업 거점으로 전환하는 개발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전자상가 일대를 11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누고 기존 유통업무설비 규제를 완화해 업무·상업·주거 등 복합개발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연면적의 30% 이상을 AI·ICT 등 신산업 용도로 조성할 경우 공공기여 부담을 완화해 민간 개발을 유도했다.
8개 구역 총 연면적 약 80만㎡…개발 속도
현재 개발이 추진 중인 곳은 특별계획구역 1·2·4·5·6·7·8·10구역 등 8곳이다.
이 가운데 4·5·7·10구역은 건축허가를 완료했고, 8구역은 건축심의, 6구역은 세부개발계획 결정고시, 1·2구역은 세부개발계획 주민열람공고를 마쳤다.
사업이 진행 중인 8개 구역의 총 개발 규모는 연면적 약 80만㎡에 달한다.
각 구역에는 AI·ICT 기반 첨단 업무시설을 중심으로 판매·문화·집회·운동시설 등이 들어서며, 업무와 산업, 생활기능이 결합된 복합도시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연계…신산업 생태계 구축
이번 사업의 핵심은 단순한 노후 상가 재건축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시는 용산전자상가가 오랫동안 축적해 온 전자·정보통신 산업 기반을 미래 신산업으로 확장하고, 인접한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업무·산업 기능을 연계해 서울의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향후 AI·ICT 기반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콘텐츠, 연구개발, 창업 관련 시설을 도입해 기업 활동과 기술 교류, 창업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부동산 시장 측면에서는 기존 저층·노후 유통시설 중심의 전자상가가 대규모 업무·산업 복합시설로 재편되면서 용산역과 국제업무지구를 잇는 일대의 업무축이 확대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570m 공중보행통로…11개 구역 하나로 연결
전자상가의 도시공간 구조도 크게 바뀐다.
서울시는 기존 개별 상가와 도로로 단절됐던 지역을 보행통로와 녹지공간으로 연결해 시민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머물 수 있는 열린 도시공간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동서 방향으로 약 570m 길이의 공중공공보행통로를 조성하고, 특별계획구역 사이에는 11개 연결브릿지를 설치한다.
각 개발구역에 조성되는 공개공지와 개방형 녹지도 연계해 용산역과 전자상가, 인근 개발지역을 하나의 보행축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각 구역 사업시행자들은 지난 9월 18일 ‘입체보행 네트워크 조성을 위한 사업자 간 업무협약서’에 최종 서명했으며, 향후 공동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각 사업의 준공 시기에 맞춰 보행통로를 단계적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창업지원센터·공영주차장 등 공공시설 확충
신산업 육성과 함께 주민과 시민을 위한 공공시설도 대폭 확충된다.
서울시는 창업지원센터와 AI·ICT 콘텐츠 산업 특정개발진흥지구 운영센터를 마련해 기업과 창업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1인가구지원센터와 공영주차장 등 생활편의시설도 함께 조성된다.
구체적으로 공공지원시설 약 9,668㎡, 서울시 보훈회관 등 공공임대업무시설 9,214㎡, 유수지 상부 공원 5,130㎡, 약 400면 규모의 공영주차장 2만848㎡ 등이 계획돼 있다.
공공기여금 약 2,470억원 확보
민간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 규모도 상당하다.
서울시는 이번 개발 과정에서 약 2,470억원 규모의 현금 공공기여금을 확보해 서울 전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민간 개발을 통해 신산업 기반과 공공시설을 확충하는 동시에 개발 이익의 일부를 지역과 도시 전체에 환원한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이번 특별계획구역 5구역 착공을 시작으로 나머지 구역의 사업도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창규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대한민국 전자산업의 중심지였던 용산전자상가가 이제 AI·ICT 신산업을 이끄는 미래 성장거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다”며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해 일자리와 산업, 녹지와 문화가 어우러진 미래형 도시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용산전자상가 개발은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함께 서울 도심의 공간구조를 바꾸는 주요 개발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기존 전자상가의 산업 정체성을 AI·ICT 산업으로 확장하면서 대규모 업무·상업·문화시설과 보행·녹지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하는 만큼, 향후 용산 일대의 상권과 업무수요, 부동산 가치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빌딩뉴스 윤지희 기자 ] bnb19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