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가 경매나 공매 등을 거친 뒤에도 임차보증금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만 회수한 경우, 부족분을 국가가 지원하는 ‘임차보증금 최소보장제’가 오는 11월 13일부터 시행된다.
신탁사기 등 정상적인 임대차계약 권한이 없는 임대인과 계약한 피해자를 대상으로는 경·공매 절차가 끝나기 전 일정 금액을 먼저 지급하는 ‘선지급-후정산’ 제도도 함께 도입된다.
국토교통부는 10월 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5월 개정·공포된 전세사기특별법이 11월 13일부터 시행되는 데 맞춰 최소지원금과 선지급금의 산정 기준, 신청 및 지급 절차 등 세부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특별법] 시행령 개정안 인포그래픽 <챗GPT 생성>
경·공매 이후에도 보증금 3분의 1까지 최소 보장
새롭게 도입되는 최소보장제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경매나 공매를 통해 회수한 금액이 임차보증금의 3분의 1보다 적을 경우 부족분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최소지원금은 임차보증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최소보장금’에서 피해자가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 행사 등을 통해 돌려받은 금액과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통해 변제받은 금액, 피해주택 공공매입 과정에서 발생한 경매차익 및 임대료 지원액 등을 차감해 산정한다.
예를 들어 임차보증금이 1억5천만원인 전세사기 피해자가 경매 배당으로 2천만원, 경매차익으로 1천만원을 회수했다고 가정하면 기존 피해회복액은 총 3천만원이다.
새 제도가 적용되면 보증금의 3분의 1인 5천만원까지 최소 보장이 이뤄지기 때문에 부족한 2천만원을 추가로 지원받아 총 피해회복액이 5천만원으로 늘어난다.
신탁사기 등 피해자에는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정산
경·공매 등이 끝나기 전 지원금을 먼저 지급하는 ‘선지급-후정산’ 제도도 시행된다.
선지급금은 최소보장금에서 이미 임차보증금반환채권으로 돌려받은 금액과 지급된 임대료 지원액 등을 뺀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이후 경매·공매 등 절차를 통해 추가로 보증금을 회수하게 되면 해당 금액을 반영해 최종 정산하는 방식이다.
국토부가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보증금 1억5천만원인 피해자가 임대료 지원액 1천만원만 받은 상태라면, 기존에는 피해 회복액이 1천만원에 그쳤다.
하지만 새 제도 시행 이후에는 보증금의 3분의 1인 5천만원을 기준으로 기존 지원액을 제외한 4천만원을 선지급받아 피해회복 규모가 총 5천만원으로 확대된다.
LH가 지급·정산…신청 후 90일 이내 결정
최소지원금과 선지급금의 지급 및 정산 업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맡는다.
최소지원금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피해주택의 공공매입을 요청한 경우 경매차익 산정이 끝난 뒤 신청할 수 있다. 공공매입을 요청하지 않은 경우에는 피해주택 처분 절차가 완료된 이후 신청할 수 있다.
선지급금의 경우 피해주택의 LH 매입이 완료되기 전이나 피해주택 처분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시에는 피해자 결정문을 비롯해 임대차계약서 사본, 주민등록표 초본, 피해주택 등기사항전부증명서, 배당표 또는 배분계산서, 임대보증금반환채권 변제 관련 서류 등을 제출해야 한다.
질병이나 해외 체류 등으로 직접 신청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대리인을 통한 신청도 가능하다.
LH는 신청서를 접수한 날부터 원칙적으로 90일 이내에 지급 여부와 지급 금액을 결정해 통지해야 한다.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한 차례에 한해 30일 범위에서 처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지급 결정이나 금액에 이의가 있는 피해자는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추가 보증금 회수하면 일부 반납…미납 시 과태료 최대 3천만원
지원금을 받은 이후 추가로 임차보증금을 회수하는 경우에는 정산 절차도 거쳐야 한다.
최소지원금이나 선지급금을 지급받은 뒤 보증금 회수 등으로 반납해야 할 사유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이를 신고하고 해당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
정해진 기간에 이를 반납하지 않는 경우에는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3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 같은 구조는 피해자에게 우선적인 생활·주거안정 자금을 제공하되, 경매나 다른 피해회복 절차를 통해 실제 회수액이 늘어날 경우 국가 지원금과 중복되지 않도록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전세사기 피해주택 공공매입도 활성화
이번 시행령 개정에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공공매입을 활성화하기 위한 내용도 포함됐다.
공공주택사업자가 경매나 공매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할 때 해당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비피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하는 경우 해당 비용을 주택 취득 비용에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이해관계가 복잡한 피해주택의 공공매입 절차가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등이 설립한 협동조합이 발행주식 총수의 50% 이상을 보유한 부동산투자회사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도 마련했다.
임대인 채무·연체 정보도 확인 가능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 지원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임대인의 신용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도 구체화됐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피해 지원에 필요한 경우 신용정보집중기관에 임대인의 채무 및 연체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신용정보집중기관은 이에 따라 임대인의 대출 현황과 연체 내용, 신용카드 미결제금액 등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가 임대인의 자산·채무 상태와 피해회복 가능성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전세사기 피해 지원과 채권 회수 과정의 실효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백승록 국토교통부 피해지원총괄과장은 “최소보장제 및 선지급-후정산 제도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가 보증금의 3분의 1을 최소한 보장받을 수 있게 돼 피해자의 주거안정과 피해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도가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 구축과 피해자 안내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전세사기 피해 지원은 기존의 경·공매 지원과 피해주택 매입 중심에서 직접적인 보증금 손실 보전까지 확대된다.
특히 피해주택의 경매·공매 결과에 따라 회수 금액이 크게 달라졌던 기존 구조에서 일정 수준의 보증금 회복을 정부가 보장하게 되면서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불안과 금융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동시에 LH의 피해주택 매입과 지방자치단체의 부동산투자회사 지원 근거가 구체화되면서 향후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정리와 공공매입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빌딩뉴스=윤지희 기자] bnb1998@naver.com